지영수겸(持盈守謙)
“빈천은 근검을 낳고, 근검은 부귀를 낳는다. 부귀는 교만과 사치를 낳고,
교만과 사치는 음란함과 어리석음을 낳으며, 음란함과 어리석음은 빈천을 낳는다.
여섯 가지 길이 쳇바퀴처럼 돈다.” 청나라 진홍모(陳弘謀)가 엮은
오종유규(五種遺規)에 나오는 글이다.
빈천한 자가 부지런하고 검소함으로 노력한 결과 부귀를 얻는다.
부귀를 얻고 점차 눈에 뵈는 게 없어 교만과 사치를 일삼는다.
교만과 사치에 취해서 방탕함에 빠지니 순식간에 다시 빈천의 자리로 돌아온다.
한 때의 부귀는 꿈이었고, 처음과 마지막은 뼈저린 빈천만 남는다.
당나라의 유빈(劉玭)이 자손에게 남긴 경계의 글이다.
“훌륭한 가문은 조상의 충효와 근검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고,
자손의 우둔하고 경솔함, 사치하고 오만함으로 말미암아 엎어지지 않음이 없다.
세우기 어려운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과 같고, 뒤집혀 추락하기 는
화톳불에 터럭이 타는 것과 같다고 신당서에 나온다.
명나라의 육수성이 청서필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는 원망의 곳집이요. 귀함은 위태로움의 기틀이다.
이 말은 부귀하면서도 도리에 어긋나게 처신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만약 영리(榮利 명예와 이익)에 처해서도 거기에만 골몰하지 않고 가득 찬 상태에 있으나
그칠 줄 알아 가득 참을 유지하면서 겸손을 지킨다면 원망의 곳집이니
위태로움의 기틀이니 하는 말이 어찌 있겠는가?
지금 내가 누리는 부귀는 다른 사람의 원망과 한숨에서 나왔다.
발밑에는 위기가 늘 도사라고 있다.
지영수겸(持盈守謙 : 가득 참을 유지하더라도 겸손의 뜻을 잊지 않음)해야만 원망도 위기도 없다.
사람들이 이 간단한 이치를 자꾸 잊으니까 멀쩡히 잘 가던 비행기를 돌려세우고
수 억짜리 외제차로 광란의 폭주를 벌여 선대에서 쌓은 것들을 실추시키고 나아가 제 몸마저 망친다.
이상은 조선일보 2015년 1월 21일(수)자 A28면 정민의 세설신어에 실린 칼럼의 내용이다.
올바른 진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고금에 통하고 동서에 통한다. 지금 우리는
급속히 발전해 가는 물질문명에 자신만은 뒤처지지 않겠다고 몸부림치며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내달려 왔다.
남을 짓밟고서라도 자기 혼자만이 앞서가려 했다. 이제 우리는 달릴 만큼 달려 왔다.
한숨 돌리고 자신을 되돌아 볼 때가 아닌가 한다.
지금 나의 성취가 남의 원망과 한숨을 딛고 이룬 것이 아닌지,
얼마나 더 가져야 내가 만족할 것인지를 성찰하고
주변의 원망과 한숨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사두 사두 사두
주변의 모든 생명 행복하기를
[출처] 지영수겸|작성자 선등